Artist's commentary
CHO - 未来日記 Satyr
옐반(http://blog.naver.com/ohmygood1004)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배경은 제가 구글에서 구한 사진을 편집처리하여 합성하였습니다.
-----------------------------------------------------------------
불사군단이 점령한 어느 지역의 주점. 그곳 깊숙히 위치한 VIP룸에서 건배사가 행해지고 있었다.
"뉼니아 대륙의 완전 정복을 위하여!"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높이 치켜든 채로 서있는 인물은 칼던의 패왕 벨제뷔트였다. 그는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 1년을 보내는 송년회를 벌이고 있었다. 칼던의 지배자인만큼 송년회만큼은 다른 세력을 배제하고 칼던의 강자들과 보내고 싶었던 것이 그의 의도였다.
"위하여!", "위하여!"
벨제뷔트의 건배사에 뒤이어 세티어의 힘찬 목소리와 바이퍼의 귀여운 목소리가 따랐다. 목소리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벨제뷔트는 고개를 돌려 술자리를 살펴보았다. 혹시나 싶어 바라보았지만, 역시나 참석한 것은 자신의 직속 부하인 세티어와 바이퍼 뿐이었다. 벨제뷔트가 준비한 6자리 중 4자리가 비어있었다.
벨제뷔트는 건배를 위해 뻗었던 팔을 다시 거둬들이며 푹신한 룸 소파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입을 다물었다.
"아카샤는 연말 할인 행사에 갔다고 합니다." 세티어가 벨제뷔트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악동은 눈싸움 하러 갔어!" 세티어의 뒤이어 바이퍼도 상황을 알렸다. 목소리가 낮은 세티어와 달리 바이퍼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루시퍼는 카아드랑 벌써 호텔에 들어간 모양이야!" "어머 야해!" 바이퍼의 한 머리의 말에 다른 머리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키로는 혼자 있고 싶다고 합니다."
콰직!
세티어가 말을 마치자 벨제뷔트의 손에 들려있던 유리잔이 산산히 부서졌다. 벨제뷔트의 팔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패왕이 권유하는데 감히 거부하다니! 이 괘씸한 녀석들!'이라는 것이 그의 본심일 터였다. 그러나 그는 송년회를 훈훈하게 보내고 싶었기에 칼던의 4대 강자들에게 송년회에 참가하라고 강요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참석하지 않은 강자들을 나중에 처벌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패왕의 인격이 의심받기 때문이다. 그들도 벨제뷔트의 그런 생각과 상황을 간파하고 있었을 것이다.
세티어가 서둘러 벨제뷔트의 옆으로 접근하여 새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자, 자, 벨제뷔트님! 벨제뷔트님께는 저희가 있지 않습니까!"
"힘내!" 바이퍼가 말했다.
'힘을 내라고? 핫! 나도 우스운 꼴이군. 패왕인 내가 이런 일로 기가 죽어있다니 말이야.' 벨제뷔트가 자기 곁을 지켜주고 있는 세티어와 바이퍼를 훑어보았다. 그들은 벨제뷔트에게 미소를 지어 보여주었다.
'좋다! 내겐 너희들이 있구나!'라며 벨제뷔트는 말없이 세티어가 따라준 술을 단숨에 마셨다.
'그런데, '힘내!'라고? '힘을 내십쇼'가 아니라?' 벨제뷔트가 바이퍼의 말에 이상한 점을 눈치 챘을 때, 이미 그의 눈 앞은 흐려지기 시작했다.
...
...
...
...
...
...
"으읏! 머리가 아프군."
벨제뷔트는 욱신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밧줄에 구속당한 것마냥 팔이 몸에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몽롱했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적인가!'
벨제뷔트는 눈을 떴다.
그러나 어둠에 익숙했던 눈이 불빛에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갑작스런 빛에 벨제뷔트는 다시 눈을 감아야만 했다. 그러나 잠깐 눈을 뜬 사이 어렴풋이 실루엣이 보였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순식간에 얼굴과 손발에서 피가 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떠한 상대이기에 패왕인 나를 억누르는 기색을 발산한단 말인가!'
벨제뷔트는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하고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껏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몸을 감싸고 있는 구속은 뿌리 깊게 박힌 나무처럼 움직일 줄 몰랐다. 오히려 벨제뷔트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상대방의 조치가 있었다.
상대방의 뜨거운 손길이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이었다.
"후후, 진정하세요, 벨제뷔트님."
정신이 없어 제대로 들을 수는 없었지만 여성의 목소리였다.
'아카샤인가! 그렇군! 4대 강자들이 날 끌어내기 위해 날 납치한 거군!'
정말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을 살려보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살려두고 있는 것은 아카샤의 가학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상대방이 아카샤인 것을 깨닫자, 벨제뷔트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상대방이 4대 강자이기 때문에 살 수 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한 번 굴복시킨 상대방을 다시 굴복시키는 것따위, 간단한 일이다.
벨제뷔트는 온 몸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 안에 숨겨진 패왕의 기색을 단숨에 끌어모아 상대방을 제압할 생각이었다.
상대방은 벨제뷔트의 그런 계획을 모르는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방심했군, 아카샤!'
벨제뷔트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패왕본색을 보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눈을 뜬 순간, "오호호호!"라는 높은 웃음소리와 함께 벨제뷔트는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것은 마치, 영혼을 흡수당하는 감각이었다.
정신을 잃은 벨제뷔트의 무의식 속에, 그가 눈을 뜨고 마지막으로 바라본 모습이 자리잡기 시작했다.